해외 사건사고

노르웨이 이스다렌의 여인 사건, 사라진 라벨과 9개의 가짜 여권

피아 2026.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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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베르겐에 자리한 이스달렌 계곡은 아름다운 경치로 이름난 곳이지만,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죽음의 계곡이라는 섬뜩한 별명으로 더 유명합니다. 1970년 초겨울, 이곳에서 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뒤로 반세기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이 사건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10대 미해결 사건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이 사건을 두고 수많은 궁금증과 의문을 품고 있죠.

 

1948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일어난 타맘 슈드 사건과 여러 모로 유사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6.02.10 - [해외 사건사고] - 해변의 미스터리, 주머니 속 '끝'이라는 암호: 타맘 슈드 사건(The Tamam Shud Case)

 

해변의 미스터리, 주머니 속 '끝'이라는 암호: 타맘 슈드 사건(The Tamam Shud Case)

1948년 12월 1일 새벽, 호주 애들레이드의 서머턴 해변에서 한 남성의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변사 사건처럼 보였을 이 사건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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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스다렌 계곡의 수상한 여인

사건이 발생한 노르웨이의 이스다렌 계곡
사건이 발생한 노르웨이의 이스다렌 계곡

 

19701129, 노르웨이 베르겐에 있는 이스달렌 계곡. '죽음의 계곡'이라는 별명답게, 이곳에서 산책을 즐기던 한 부녀가 믿기 힘든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바위틈 사이에 한 여성이 심하게 불에 탄 채 숨져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단순 사고나 자살로 보기에는 현장이 너무나도 기이했습니다.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이스달 여성의 소지품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이스다렌 여성의 소지품

 

시신 주변에는 분홍색 페노바비탈 수면제 1 다스와, 세인트 할바드(St. Hallvards) 술병, 휘발유 냄새가 나는 플라스틱 병 2, 모노그램이 지워진 은색 숟가락이 있었습니다.

 

베르겐기록보관소에 남아 있는 당시 증거 사진. 베르겐 기차역에서 발견된 두 개의 여행가방과 그 안에 있던 보습 연고의 모습으로, 개인정보를 알 수 있는 모든 라벨과 스티커는 깨끗하게 제거된 상태였다. BBC 홈페이지 캡처
베르겐기록보관소에 남아 있는 당시 증거 사진. 베르겐 기차역에서 발견된 두 개의 여행가방과 그 안에 있던 보습 연고의 모습으로, 개인정보를 알 수 있는 모든 라벨과 스티커는 깨끗하게 제거된 상태였다. BBC 홈페이지 캡처

 

베르겐기록보관소에 남아 있는 당시 증거 사진.
베르겐기록보관소에 남아 있는 당시 증거 사진.

 

우선, 그녀가 입고 있던 옷과 소지품에서는 어느 하나 브랜드 라벨이 남아 있지 않았어요. 오히려 누군가 일부러 칼로 정교하게 잘라낸 흔적만이 남아 있었죠.

 

베르겐 기차역 물품 보관함에서 그녀의 것으로 추정되는 그녀의 가방도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무려 9개의 가짜 여권과 여러 개의 변장용 가발이 들어 있었던 겁니다. 그녀는 유럽 곳곳을 다니면서 만날 때마다 다른 이름과 국적을 쓴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스달 여인의 여행 가방에서 발견된 암호 메시지
이스다렌 여인의 여행 가방에서 발견된 암호 메시지

 

이스다렌 여인의 여행 가방에서 발견된 암호 메시지
이스다렌 여인의 여행 가방에서 발견된 암호 메시지

 

게다가 그녀가 남긴 수첩에는 숫자와 알파벳이 뒤섞인 수상한 메모들이 가득했죠. 나중에 경찰이 풀어낸 바에 따르면, 이 암호 같은 기록은 모두 그녀가 이동한 경로를 꼼꼼하게 적어둔 것이었습니다.

 

2. 이스다렌 여성의 마지막 행적과 정체

2016년 포렌식 화가가 그린 피해자의 추정 모습.
2016년 포렌식 화가가 그린 피해자의 추정 모습.

 

이스다렌 여성의 짐을 조사하던 경찰은 짐들 속에서 한 이탈리아인 사진작가의 사진엽서를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경찰은 이 엽서를 건넨 사진작가를 찾아가, 숨진 여성에 관해 물었죠. 그러자 사진작가는 그 여성을 노르웨이 로엔의 알렉산드라 호텔에서 만났고, 함께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그녀가 자신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북쪽에 있는 작은 마을 출신이라고 소개했다고 해요.. 또, 노르웨이의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6개월 전에 사진을 찍으러 이곳에 왔다고 했대요. 하지만 더 이상 얻을 수 있는 단서는 없었습니다.

 

여성이 묵었던 베르겐 호텔 중 한 곳에 남아있던 숙박카드. 이곳에 묵은 여성은 자신이 벨기에 브뤼셀 출신의 '클로디아 틸트'라고 주장했다. NRK 홈페이지 캡처
여성이 묵었던 베르겐 호텔 중 한 곳에 남아있던 숙박카드. 이곳에 묵은 여성은 자신이 벨기에 브뤼셀 출신의 '클로디아 틸트'라고 주장했다. NRK 홈페이지 캡처

 

1970년 10월 30일부터 베르겐의 한 호텔에서 묵은 이 여성은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태생의 '알렉시아 자르네-메르헤즈'였다. 이 여성은 자신이 현재 벨기에 브뤼셀에 살고 있으며 직전에는 영국 런던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NRK 홈페이지 캡처
1970년 10월 30일부터 베르겐의 한 호텔에서 묵은 이 여성은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태생의 '알렉시아 자르네-메르헤즈'였다. 이 여성은 자신이 현재 벨기에 브뤼셀에 살고 있으며 직전에는 영국 런던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NRK 홈페이지 캡처

 

목격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숨진 여성은 늘 가발을 썼다고 합니다. 그녀는 프랑스어, 독일어, 네덜란드어, 영어를 모두 구사했다고 하죠. 베르겐 시내 여러 호텔에서 묵으며 체크인한 뒤마다 자주 방을 옮겼습니다. 호텔 직원들의 말을 빌리면, 어떤 때엔 자신을 노르웨이를 여행 중인 세일즈우먼이라고 했고, 또 다른 곳에서는 앤티크 가구 수집가라고 말하는 등 매번 신분을 달리했습니다. 오트밀과 우유를 자주 시켰던 기억이 남아 있다는 직원도 있었죠. 한 증인은 죽은 여성이 베르겐의 한 호텔에서 어떤 남자와 독일어로 "난 곧 올 거예요."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목격자는 그녀가 플람스어와 서툰 영어로 대화하는 걸 들었고, 몸에서는 마늘 냄새가 났다고 기억했습니다. 이 밖에도 그녀를 직접 봤거나 만났던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그녀가 가발을 썼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2021년에 공개된 피해자의 얼굴 복원도.
2021년에 공개된 피해자의 얼굴 복원도.

 

숨진 여성의 마지막 행적은 베르겐의 호르다헤이멘 호텔이었습니다. 1119일부터 24일까지 407호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되었죠. 호텔 직원의 기억에 따르면, 그녀는 30대에서 40대 정도로 보였고, 키는 164cm쯤 됐으며, 작은 눈과 큰 엉덩이가 인상적이었고 상당한 미인이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투숙객은 그녀가 노르웨이 브랜드의 담배인 사우스스테이트를 피웠다고 증언했습니다. 1123, 여성이 체크아웃한 뒤 요금을 현금으로 지불했고, 택시를 불러 떠났다고해요. 이것이 그녀에 대한 마지막 목격담이었습니다. 이후 시신으로 발견된 1129일까지, 6일 동안의 행방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어요.

 

 

사망자의 마지막 6일간 행적 중 일부가 목격자들의 증언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스다렌 계곡 근처에 거주하는 한 남성이 사망자의 몽타주를 보고 직접 경찰서에 찾아와 증언하였습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1124일 친구와 함께 울리켄 산에 하이킹을 갔을 때, 이스다렌 계곡 근처에서 죽은 여성이 외국인으로 보이는 검은 코트 차림의 남성 2명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았다고 진술하였습니다. 이 남성이 사망자를 또렷이 기억한 이유는 그녀의 옷차림이 등산에 어울리지 않는, 우아한 복장이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죽은 여성은 공포에 질린 듯한 얼굴이었으며, 그들이 서로 지나칠 때 여성은 무언가 말하려는 듯한 입 모양을 하였지만 뒤따르는 남성들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듯하였습니다. 이 증언이 사실이라면, 사망자는 19701124일부터 29일 사이 울리켄 산 부근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 여성분을 호르다헤이멘 호텔에서 베르겐 기차역까지 태우고 간 택시 기사는 좀처럼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그녀가 시신으로 발견된 그 고립된 장소까지 어떻게 이동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1991년 익명을 요구한 한 택시 기사가 호텔에서 모르는 여성을 태우고 베르겐 기차역까지 데려다준 뒤, 그 여성이 기차역에서 다른 남성들과 합류했다고 증언하였습니다.

 

1971년 2월 진행된 이스달 여인의 장례식. 참석자는 모두 경찰이었다. 당시 경찰은 혹시라도 가족이 찾아올 경우에 대비해 이 사진을 남겨뒀다고 한다. NRK 홈페이지 캡처
1971년 2월 진행된 이스달 여인의 장례식. 참석자는 모두 경찰이었다. 당시 경찰은 혹시라도 가족이 찾아올 경우에 대비해 이 사진을 남겨뒀다고 한다. NRK 홈페이지 캡처

 

여러 가지 증언이 있었으나, 끝내 사망자의 신원을 알 수 있는 정보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노르웨이 경찰은 이스다렌 계곡의 여성이 누구인지 밝히는 데 실패하였으며, 베르겐 경찰 몇 명만 참석한 조촐한 장례식을 거쳐 사망자는 이름 없이 베르겐의 묄렌달 공동묘지에 묻혔습니다. 현재까지도 그녀는 ‘이스다렌의 여인’이라는 이름으로만 불리고 있습니다.

 

3. 21세기 과학이 찾아낸 그녀의 고향

이스다렌 여성의 독특한 치아 상태, 특히 특이한 금니 덕분에 그녀의 턱뼈는 기록 보관소에 보관되었습니다.
이스다렌 여성의 독특한 치아 상태, 특히 특이한 금니 덕분에 그녀의 턱뼈는 기록 보관소에 보관되었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지 46년이 지난 2016년에 그녀의 앞니에서 DNA를 채취하는데 성공을 합니다. 현대 과학 기술인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그녀의 치아를 다시 살펴본 결과, 놀라운 사실들이 드러났습니다.

 

이스다렌의 여인은 1930년대에 독일 뉘른베르크 인근에서 태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유년기에는 프랑스 혹은 프랑스와 독일 국경 지역으로 이사를 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필적 감정 결과에서도 그녀가 프랑스 또는 인근 국가에서 교육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이스다렌의 여인은 독일 태생이지만 프랑스에서 거주한 경험도 있었던 인물로 볼 수 있습니다. 생전에 그녀를 목격한 이들 또한 모두 그녀가 독일어와 프랑스어에 능통했다고 증언한 점과도 일치하는 결과입니다. 더불어 그녀의 치아를 조사한 결과, 동아시아, 중부 유럽, 남유럽 혹은 남아메리카에서 치과 치료를 받았을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이스달 여인 사건 당시 노르웨이 경찰의 현장 분석 보고서. 현장에는 의류와 음료수 병, 보석 등이 시신을 둘러싼 모양으로 놓여 있었다. BBC 홈페이지 캡처
이스달 여인 사건 당시 노르웨이 경찰의 현장 분석 보고서. 현장에는 의류와 음료수 병, 보석 등이 시신을 둘러싼 모양으로 놓여 있었다. BBC 홈페이지 캡처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이스다렌의 여인은 독일 남부 태생이며 유년기에 프랑스 혹은 프랑스와 독일 국경지대로 이주해 그곳에서 성장했고 후에 첩보원이 되었으며 주로 노르웨이 등지에서 첩보 활동을 하다가 1970년에 베르겐 울리켄 산의 이스다렌 계곡에서 사망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부검 결과, 그녀의 위장에서 수면제 알약이 50~70나 발견되었습니다.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일산화탄소 중독과 화상으로 확인됐지만, 그 약을 누가 먹였는지, 혹은 본인이 복용했는지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입니다.

 

4. 그녀의 정체는 냉전 시대의 '스파이'?

이스다렌의 여인이 조사하고 다녔던 것으로 보이는 노르웨이의 펭귄 미사일
이스다렌의 여인이 조사하고 다녔던 것으로 보이는 노르웨이의 펭귄 미사일

 

가장 많은 사람이 지지하는 가설은, 그녀가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나 소련 KGB와 연관된 스파이였다는 주장입니다.

당시 노르웨이는 서방 측의 비밀 미사일 실험장이 있던 곳이었습니다. 그녀가 남긴 일기장에는 이동 동선이 자세히 적혀 있었고, 이 일정이 실제 미사일 테스트와 일치한다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그녀가 갖고 있던 소지품에서 라벨이 모두 제거되어 있고, 위조 여권을 사용한 정황도 확인됐는데, 이런 점이 전형적인 스파이 행동 방식과 닮아 있습니다.

 

노르웨이 정보국이 이 사건에 지나치게 관여하면서, 수사를 어딘가 서둘러 끝낸 정황이 있다는 의혹도 여전합니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베르겐 경찰청 캐비닛에는 그녀의 신원을 밝히기 위한 서류가 잠자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그녀는 단순한 범죄의 희생자였을까요, 아니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비운의 스파이였을까요?

 

댓글로 여러분의 추측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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